아내는 오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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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오짜조사

	2008-06-18 (수) 13:32 작성자 : 우스태리 ( ssalgamsi )
	http://www.ybada.co.kr
	추천: 0 조회: 6215

IP: 210.xxx.29

아내는 오짜조사

우리부부의 공동취미는 낚시이다.

우리 부부는 태종대-생도(주전자 섬), 가덕도, 다대포-나무섬, 송도-두도....등 부산주변 섬으로 수시로 낚시가지만 일년에 서너 번은 꼭 멀리 통영권이나 고흥권으로 출조를 나간다.

아마도
2003년 5월 중순쯤인가 보다.
지난 겨울부터 주말의 무료함을 집 근처 방파제에서 학공치낚시로나 겨우 손맛을 달래던 우리부부에게 산란철 대물 감성돔을 낚는다고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는 인터넷 낚시사이트의 조황속보는 우리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나는 얼른 이틀 휴가를 내고서는 올 첫 정기 출조를 강행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요 근래 조황정보를 인터넷상에 자주 올리는 낚시점을 참고해서 최종목적지를 욕지도로 정했다. 고성에 도착해서 낚싯배를 탈 생각을 하니 벌써 내마음은 하늘높이 떠있는 에드베룬처럼 부풀어올라 멋진 돔 한 마리를 바늘에 걸어 다이내믹한 파이팅을 벌이는 상상까지 하게된다.

고성의 삼산 낚시점에 새벽1시에 도착했다. 아마도 우리가 1등으로 도착한 것 같다. 가게주변을 한참을 둘러봐도 출조가는 조사님 한 분도 보이지 않는걸 보니.....잠시만이라도 자둬야 할 것 같아 아내와 나는 낚시점주의 “주무시려면 휴게소에서 눈 좀 부치시죠"라는 권유를 만류하고서 불편하지만 차안에 누웠다.
한 두시간이 흘렀을까?

웅성웅성,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밖에는 낚시꾼들이 제법 모인 듯 싶다.
나는 아내를 흔들어 깨워 출조 준비하라 말하고는 얼른 밖으로 나갔다.

벌써 20여대의 승용차가 주차장을 꽉 메어놓았고, 꾼들은 품 할 밑밥을 갠다고 여기 큰 양동이에 삼삼오오 모여있고, 미끼로 쓸 새우, 청갯지렁이, 참갯지렁이....기타 등등 낚시도구를 산다고 저기 가게 안에 웅성웅성 모여 있기도 했다, 또 일부는 점심때 먹을 보온 도시락을 챙긴다고 부산떠는걸 보니 전부 나 만큼이나 마음 바쁜 사람인 것 같다.
나도 바삐 크릴과 미끼용 새우한통, 보온 도시락을 챙기고는 선착장으로 나갔다.

‘ 끄르릉, 부우～웅.....’ 고요한 적막을 깨고 희망의 배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30분 정도 달렸나보다 시계를 보니 새벽3시20분이다.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속 검은 바다를 선장님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걸 보아
뱃사람으로써 어지간히 잔뼈가 굵었음을 짐작케 했다.
목적지에 다 왔는지 겁나게 달리던 배가 속도를 갑자기 줄인다. 그러자 갑자기 ‘우르르` 낚시꾼들은 일제히 뱃머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생존과도 같은 꾼들의 치열한 작전들이 구사되고있는 것이다.

배는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검은 여에 조사님 몇 분씩을 쏟아 붓고, 또 다른 여에 몇 명을 쏟아 붓는 작업을 연거푸 해댄다.
나와 아내는 그 광경을 소 닭쳐다보듯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지 도대체 어디에 내려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잠시 뒤 우리 부부만 남겨진 체 그 많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급기야 선장님은 우리 부부를 주위 인적 하나 없는 한적한 섬에 내려주고서는 오후 1시에 다시 오꾸마 하고는 묵묵히 떠나 버렸다.

아내와 나는 작은 랜턴을 켜놓고서는 금방 밝아올 새벽을 대비해서 얼른 채비를 준비를 했다. 나는 원줄 4호에 목줄1.75호, 1호 구멍 찌에 수중찌 1.0호 그리고 잔존부력을 줄이기 위해 감성돔 3호 바늘 50cm위와 또 그만큼 위로 B봉돌을 목줄에 각각 1개씩을 물렸다
아내는 원줄 3호에 목줄1.75호, 1.2호 구멍 찌에 수중찌 1.2호를 사용했다

이제 바다는 몸속의 먹물을 다 쏘아버린 갑오징어처럼 더 이상 어둠을 내뿜지는 못하고 있다. 하늘이 금새 하얗게 밝아지자 사물의 형체들은 속속들이 그 모습을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아내와 나는 낚싯대에 매달려있는 구멍 찌를 ‘ 흐르는 강물처럼 `의 브레드 피트처럼 멋부리며 하늘로 향해 한번 멀리 뒤로 내 두르고는 멋진 고기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바다로 ’ 휙 ’ 하고 투척했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휙 휙’ 아까부터 헛 챔질만 계속하던 아내가 이번엔 뭔가를 제대로 걸었는지 초릿대의 휨새가 제법 크다, 천천히 갈무리하여 물 속에서 끄집어낸 놈은 25cm의 방생사이즈 참돔이었다.
아내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반해 나는 긴장이 가중되어 침이 바짝 마른다.
또 10분쯤 지났다.
아내의 찌는 왼쪽으로 조류를 타고 천천히 흘러간다. 아내가 뒷줄을 천천히 당겨주자 아내의 찌는 ‘스멀스멀’ 수중으로 잠수하기 시작했다.

“ 뭐하노 빨리 안치고...” 내가 아내를 채근했지만 아내는 아직 챔질 할 타이밍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잠겨있는 찌를 좀더 예의 주시하더니 한참 뒤에야 ‘ 쒸이익 ’ 하고 챔질,
‘와장창’하고 무엇이 깨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아내의 초릿대끝은 물 속에 쳐 박혀 고개를 들지 못하고있고 낚싯대 줄기는 멋진 타원형을 그려댄다.

아내가 릴을 감지 못 할 정도로 물 속 깊이 차고 나가는 놈의 힘을 보아 분명 보통 놈은 아닌 듯 싶다. 낚싯대 허리를 빼기지 않으려고 높이 치켜든 낚싯대는 아내가 힘이 빠지면서 점점 각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줄이 터질 지경까지 왔구나 판단한 나는 얼른 아내의 릴의 드랙을 한바퀴정도 풀어주었다. ‘ 찌이익 찌이익 ’스풀의 줄이 풀려나가자 아내는 낚싯대의 허리를 곧게 세울 수 있었다. 그쯤 되자 줄다리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놈은 작전을 바꾸었는지 왼쪽 갯바위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아차, 싶은 생각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놈은 따개비와 홍합이 새까맣게 붙은 검은 수중여로 죽으라고 돌진하려는 계획이 아닌가?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홍합껍질에 낚싯줄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3m... 2m... 1m... 수중여가 점점 더 내 눈 초점의 중앙에 들어오자 나는 얼른 아내의 드랙을 꽉 조이주며 말했다

“ 힘껏 감아라 터져도 좋으니 정면 승부해라 ”.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는 죽으라고 릴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은 어쩔 수 없었는지 방향을 우리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발 앞까지 다 와서야 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등허리가 ‘반짝 반짝’ 빛나는 감성돔이 아닌가? 나는 황급히 뜰 채를 물속깊이 던져 넣었고 무사히 그 멋진 놈을 뜰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정말 이 기분을 꾼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알 수 있으랴?
정말 짜릿했다. 뜰채질만 한 나도 짜릿한데 고기와 사투를 벌인 아내의 기분은 또 뭐라 표현할까?

나는 얼른 그 큰놈을 살림망에 넣어두고서는 분명 같이 왔을, 놈의 친구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빨리 채비를 투척했다. 그러면서 나는 살림망안에서 아까 진을 다 뺐는지 하얀 배를 보이며 가쁜 숨을 들이키며 뒤집어 드러누워있는 감성돔만큼이나 지쳐있는 아내에게 빨리 채비 재정비하라고 했다.

일 이분이 지났을까? 아직도 채비를 정비하지 못한 아내가 조그마한 소리로 나에게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려서 다시 물어보았다.
“ 와 안하노? 고기 다 지나가기 전에 어서 해라” 그러자 아내는 새우 한 마리를 내게 내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 저어기 새우 좀 끼워줘요...손이 떨..려...서 못 끼우겠어요......” 촌각을 다투는 긴장된 이 시간에 아내가 장난치나 싶어 아내의 손을 쳐다보았다. 아내는 진짜 수전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아까 릴링했던 오른손을 ‘덜덜’ 떨고 있지 아니한가? 아내는 아직까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가 보다.

“하하하 .........”
얼마나 우습고 재미있는지...... 그때 아내의 떨고있던 손을 지금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배어 나오곤 한다.

그 뒤
우리의 살림망은 35～40cm급 광어 두 마리와 참돔새끼 2마리, 묵직한 감성돔 한 마리 때문에 양파 담은 망태기 마냥 물 속에 길게 늘어져있었다.

정확하게 오후1시 우리를 데리러 배가 왔다
가이드가 우리의 조과물을 보고서는 “이 감시 오짜 넘겠는데” 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선하여 낚시점에서 측정을 해보니 51.5cm체장의 감성돔이었다. 우리 주의의 일행들의 부러움은 안 물어보아도 알 수 있음 이였다.
오늘 장원을 차지한 아내가 오짜 조사에 등극하는 순간 이였다.

풍성한 조과로 즐거운 하루였고, 아내의 전리품인 감성돔은 장인어른께 진상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또 우리부부는 다음 출조를 위해서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요번출조엔 어떤 고기님을 뵈올 수 있을런지....... 금새 이내 가슴이 잔뜩 부풀어오른다.

마도로스

2008-06-18 20:48

저는 아직 감시 이짜 조삽니다
부럽네요 오짜...^^


인어바위	억수로 웃고 갑니다....이짜 조사...^^ 힘좋으셔서 6짜도 들어뽕하실건데...^^	6/18 21:56

인어바위 2008-06-18 21:54	글 잘 쓰시네요...^^ 잘 봤습니다...5년전 이야기를 어제처럼 기억하고 쓰셨네요... 칸정리를 이렇게 해서 올리니까 훨씬 읽기 편합니다...너무 좋습니다...^^ 허...저도 아직 5짜는 못잡아봤는데...올리는 거 부러워하면서 보기는 했어도...;; 오짜등극을 축하드립니다.... 부러워요....그 손맛이 어땠을고....

바다와호수 2008-06-19 09:11	글 을 너무 재밋게 잘 쓰시는것 같읍니다 읽다 보니 저또한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오릅니다 .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지네요 오늘 하루가 즐거울것 같읍니다 ㅎㅎ 우스테리님 감사 합니다

쿨한넘 2008-06-22 22:53	부럽습니다. 저도 집사람과 같이 즐기고 싶은데.... 집사람은 먹는 것만 좋아하더군요.. 어떻게해서 같이 출조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꽃데지 2008-09-06 17:18	부러워요~싸모님 오짜~~ ^ㅁ^//// 저두 열심히 해서 울 오빠 뛰어 넘어봐야겠어요 !! 제가 마릿수는 이겨두 .. ㅎㅎ마릿수는 안쳐준다데요 ㅋㅋ 오짜 올려 버리면 그런말 못하겠지요??ㅎㅎ 두분 너무너무 보기좋네요~^- ^*~

피터팬 2008-09-08 15:03	햐~~~부럽습니다 가끔 출조하는 배안에 부부조사가 보이면 참 보기좋더만요. 꼭 해보고싶지만 현실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