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도사 낚시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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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도사 낚시꾼

	2006-02-15 (수) 11:22 작성자 : 부산등대 ( )
	추천: 2 조회: 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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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는 도사 낚시꾼

‘예~! 그라끼네 오늘이 6물 인기라...! 즉 물이 살아난다 이 말입니다.
따라서 채비는 약간 무겁게 하면서... 속조류와 동조를 염두 해 두고...’

주총무의 버스 안 강의가 시작 되었다. 버스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조금 지나면 그는 늘 그렇게 낚시강의를 매주 한다. 하지만
누구도 강의를 해 달라거나 낚시정보를 그에게 물어 본 일도 없다. 그는
그저 스스로 그렇게 봉사(?)를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들어 갈 곳은 욕지도 총바위 일원에 주로 내릴 것인데... 그
곳 사항은 현재 센 물살에 바람까지 일고 있는바 목줄에 좁쌀봉돌 하나만
물릴게 아니라...’

부곡동 D낚시점에 일일회원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주총무의 강의를 처음엔
그저 낚시점 차원에서 현지상황을 세세하게 미리 알려주는 신개념 서비스로 생
각했던지 이내 잠기운을 털어내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허리를 바짝 세운 채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골 낚시꾼들은 아예 옷깃으로 귀를 막
아가며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고 있어 그들과 사뭇 비교가 될 만큼 달라 보였다.

‘그라모 목줄은 월메루 줘야...?’

‘아아~! 고마 요즘을 영등철이라 앙카능교... 영등철 들어봤지요?? 그랑끼네 내
무신 말잉가 하모 지금 감생이들은 입질 하능기 쪼매 약항기라예...그래서 목줄
길이는 좀 길게...’

보풀이 유별스럽게 많이 핀 내피를 걸친 턱수염의 사나이. 얼핏 봐도 40대 중후반
은 들어 보인다. 낚시 내공도 꽤 들어 보이는 그는 역시 제법 예리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주총무의 반응은 예민... 아니다! 예민하다는 것 보다는 어쩌면 그건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턱수염의 남자가
질문을 채 끝내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답이 튀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혀
막히는 구석 하나 없이... 청산유수라고나 할까??!!

‘사실 욕지도 근처 바다. 즉 두미 노대 거칠 등 바다는 늘 이맘때가 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수온상승이 빠른 편인데 그 이유는 주변에 조류를 막아주는 수중여가...’

주총무가 알고 있는 게 정확한 것인 진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나, 하여간 그가 공부한
내용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는 쉽게 짐작은 할 수 없을 정도 같았다. 그 복잡한 거제
도 부속 섬들의 수중온도. 그것들을 비교 해 놓은 자료가 있었기나 한 것인지?? 어찌
되었던 그의 자신 있는 말투나 당당한 표정을 미루어 짐작 해 보건데, 어디에 있긴 있
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그 정도니 처음 온 일일회원들 입장에선 오죽
이나 하겠는가!

주총무의 강의는 일단 마산 산복도로 H낚시점 앞에서 끝난다. 그곳에서 낚시에 필요한
준비물을 산 다음 약간의 휴식을 겸해 커피도 한 잔 하는 게 D낚시점의 오랜 관례. 주말
로 술렁이는 마산의 중심지가 자정이 임박한 시각에도 훤하게 발 아래로 밝혀진 가운데
마산 앞에서 시작된 바다는 진동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진 채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이
그저 잔잔하기만 하다.

‘총무님... 여기 커피...’

‘아~! 예... ’

일일회원인 듯 한 젊은 사람이 손수 커피를 뽑아 주총무에게 건네주었다. 낚시꾼들의 인심
이다. 특히 낚시 고수들을 바라보는 낚시 초년병들의 인심은 눈물겨울 때도 있다. 언젠가
증층낚시 강의를 일본인이 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그때 그의 주변에 있던 낚시꾼들도
그와 같이 절절한 인심을 보였다. 하긴 뭘 배운다는 자세로 그러는 걸 두고 딴지 걸 이유
는 없으리라.

‘예~! 수중찌를 선택함에 있어서 그날의 조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선 잔존부력
을 감안해서 3B 어신찌에는....’

주총무의 강의가 다시 이어진 시점은 굴을 막 빠져나와 초소가 빤히 보이는 곳에서부터다.
아마도 통상 강의 2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편 강의엔 단골 출조꾼들도 처음엔 무슨 일
인가 싶어 주총무의 강의를 잠시 들어보는 척 하지만 금방 창문 밖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이내 덧정 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웅크려버린다.

‘그럼... 입질 스트라이크존을 어느 곳에서 잡아야 할까요?’

‘아...그건 우선 조경지대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즉 조경지대란 서로 다른 두 조류가 서
로 만나는 점으로 다른데 비해 물살이 거의 없는 곳인바 그곳에 조류에 휩쓸러 온 온갖
먹이들이 풍부하게...’

이쯤 되면 이제 버스 안은 그야말로 진지하다 못해 열띤 토론장 같은 분위기로 변한다.
들으면 들어 볼수록 주총무의 해박한 낚시지식에 일일회원들은 그야말로 ‘꺼벅’ 갔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버스 안에서 난다 긴다 하는 감성돔을 다 잡는 샘이다. 하긴 낚시
꾼에게 낚시 얘기만큼 재밌는 게 어디 있으랴... 약간의 허풍으로 간을 맞춰야 더 감칠맛이
난다는 낚시꾼들의 이야기. 그러기에 낚시꾼의 거짓말은 하늘도 믿어 준다하질 안던가.

‘물이 좀 찹더그먼... 돌 무너진 곳 옆에서 중치급 세 마리가 전부래...’

‘전반적으로 오늘 조황은 별로야...’

철수 때 배 안은 그날의 결과를 놓고서 늘 시끌벅적하다. 낚시란 아무리 잘되어도
미련이 남는 것이며 아무것도 못 잡아도 즐거움은 건질 수 있는 게 또한 낚시다. 그
러기에 낚시는 언제나 사람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다.

‘주총무... 오늘도 황인가?’

‘.......’

하루 출조에 담배 다섯 갑을 피운다는 소문난 골초 박 씨가 배 안 마루에 잔뜩 움츠리고
있는 주총무를 보자마자 빈정거리듯 묻는다. 하지만 주총무는 별다른 내색이 없다. 좀 된
다는 포인트에 그가 직접 내렸건만 입질은 못 받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의 말마따나 영등
철인걸...

‘여서도에서 감생이 두 마리 잡은 뒤론 여태껏 황을 면치 못하그먼...’

‘아~! 그때...그 홈통... 참!! 거기서 총무 삼십오 정도 되는 거 두 마리 잡았지...’

주총무가 혼자 하는 말인데도 박 씨는 걸걸한 소리로 마치 대답이나 하는 것이 크게 말을
했다.

‘그때 초릿대 세 개나 부러졌잖아... 찌가 다 올라온 것도 모르고 막 감다가... 초보 땐 다
그래... 흥분하면 그럴 수 있거든. 다행이 순간접착제를 내가 가져갔으니 망정이지... 하여
간 총무는 낚시 좀 더 배워야 해! 한 번 출조에 초릿대 세 개 뿌아묵는 사람 첨 봤어...’

박 씨의 걸걸한 소리는 물살을 거칠게 헤쳐 가는 배 엔진소리 보다도 더 크게 들린다. 배
안에서 듣고 있어서 그런가??!! 줄곧 강의를 열심히 해 온 주총무를 돌아보며 난 박 씨의
옆구리를 세게 쥐어박았다. 물론 주총무는 이런 것 따위로 주눅이 드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다음 주말이 되면 그는 다시금 강의를 열심히 또 할 것이다. 비록 그가 낚시에 입
문한 것은 2년도 채 안 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낚시 공부를 하고 있다. 순전히 총
무의 직책을 다 하기 위해서...

다만 몇 명의 일일회원은 옷깃으로 귀를 막아가며 잠을 청하는 단계로 올라올 것이지만...

감사합니다.

초릿대: 이 글을 보니 언뜻 메밀꽃 필 무렵이 연상 되네요. 필력이 보통은 아닌듯.....글 잘 읽고 갑니다. [02/1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