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들이 갯바위 인어 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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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들이 갯바위 인어 맛을 알어?

	2005-12-28 (수) 21:32 작성자 : 부산등대 ( )
	추천: 10 조회: 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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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들이 갯바위 인어 맛을 알어?

따뜻한 아지랑이 봄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시절은 벌써 폭설이며 살을 에는 듯 한 추위를 몰고 연말을 항해 치닫고 있다.
시간이라는 물결에 한 번 휩쓸리기만 하면 도대체 무엇 하나 변변하게 매놓을 수도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추억만큼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세월에 휘둘려 정신없이 변해가도 추억은 언제나 그곳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기에 옛일이 그리워지면 그때의 추억을 들춰보면 된다.
그러면 옛날의 일들이 고스란히 그곳에 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일전에 삼천포에서 괴이한 광경을 봤다며 우스갯소릴 했다. 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난 20여 전 추억 하나가 불현듯 왼쪽 뒤통수 정확히 23번 자리 뇌를 꼬집고 지나갔다. 그래서 이렇게 그때의 추억을 들춰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80년대 초중반 때의 일이다. 그때는 개인출조 보다는 낚시점을 통한 단체출조가 많았었다. 그러기에 주말 늦은 밤만 되면 낚시점 앞은 그야말로 야전군 집합소같이 되곤 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낚시꾼들의 옷차림새가 번듯해져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 눈에도 멋있게 보인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었다. 특히 모진 북서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당시 낚시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에 잡히는 데로 두툼한 옷, 이를테면 솜이가득 든 잠바는 물론이고 오리털파카며 우주복 같이 위아래가 하나로 연결된 스펀지 바지(용변 볼 때 엄청 곤욕임) 등을 꿰입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난데없이 그런 차림으로 사오십 명이 그 깊은 밤(그때는 밤 11시에 보통 출발했음) 낚시점 앞 길거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지라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힐끗힐끗 뒤돌아보곤 했었다. 물론 낚시점에 소속된 정회원(낚시점이 포함된 낚시회 회원)들이 많긴 했으나 일일회원이다 해서 낚시점의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온 낚시꾼들도 상당히 많았었다.

지금 낚시점들은 그 시절을 봄날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겨울 주말(연후로 이틀 낚시였음). 그날도 어김없이 낚시점 앞은 흡사 에스키모인들 같은 모습으로 낚시꾼들이 모여 있었다. 털이 수북한 모자를 덮어 씌고 흰 입김을 내뿜는 사람 사지를 벌벌거리며 온몸을 떠는 사람 이유도 없이 분주하게 왔다갔다는 초보꾼 그리고 뭘 안다고 미리서 그날의 조항 결과를 예측 해 보는 사람 및 자칭 낚시도사라는 사람의 채비학 설명 등, 그야말로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먹고 사는 일에 그렇게 설친다면
적어도 빌딩 두어 채는 거느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옅은 핑크 오리털 파카를 입고 털장갑을 낀 손을 연신 비벼 데는 앳된처녀(?) 한 명이 있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 되었을까말까 한 여자가 산 속 비적들 같은 차림새의 낚시꾼들 사이에 끼여 있으니 어찌 금방 눈에 안 띨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 모여 있었던 낚시꾼들은 알게 모르게 그 여자에게 힐끗거렸다. 여자들이 낚시를 따라오는 경우는 그때도 종종 있긴 했으나 그렇게 젊은 여자는 흔치 안 했었다.

출조지는 장사도. 거제도 내만에 위치한 섬으로 겨울철이면 볼락 학공치 떡망상어가 주종이고 어쩌다 철없는 벵에돔이나 집나온 감성돔들이 어설픈 채비를 터트리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다. 낚시를 가지전에 분명 뭘 잡아보겠다는 대상어를 미리서 정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 간다. 물론 현장에서 꼭 대상어가 잡히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준비만큼은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때는 딱 정해진 대상어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걸리는 데로 잡겠다는 게 당시 낚시꾼들이었다. 그러기에 낚시에 걸리기만 하면 뭐든지 소중하게 가져왔다.

그때를 생각할 때 지금은 너무도 야박해 진 느낌이 든다. 자신의 낚시 대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팔뚝만한 전갱이가 갯바위에 버려져 썩어가는 낚시터를 볼 때 낚시꾼들의 의식이 얼마나 살벌하게 변했는가 알 수 있다.

마동 인근에 있는 이름 없는 포구에서 연탄을 운반하는 배. 이른바 연탄배(당시 우린 그 배를 그렇게 불렀음)을 딴것은 새벽 4시 무렴. 낚시점 주인 이 씨는 늘 그 배를 섭외했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낚싯배도 물론 당시에 더러 있었다. 요즘 같은 쌍발 엔진을 장착한 스피디한 낚시 전용 배는 비록 없었지만...

연탄배는 뱃삯이 아마도 저렴했을 것이다. 지금도 이 씨는 당시 그 배 하루 사용료를 밝히지 않고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낚싯배 보다는 분명 쌌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배는 타고 갈 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피곤하다고 무턱대고 아무 곳에나 앉았다간 숯검댕이로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구를 벗어나자 이내 칼바람이 몰아쳤다. 겨울의 새벽은 늘 그렇게 예리하게 깎여져서 다가온다. 하지만 연탄배는 그랬거나말거나 급할 게 없다는 듯 느긋하게 통통거렸다.

예비군들 태우고 다니는 버스에 몸을 실어서 그 좁은 산길(마산에서 진동구간이 특히 더 했음)을 굽이굽이 돌아 겨우 배를 탔건만, 배가 그 모양이니 지금 같이 성질 급한 낚시꾼들이라면 모르긴 모르되 즐기자고 가는 낚시가 오히려 더 열 받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낚시꾼들은 의례히 그러거니 하곤 했었다. 좋은 포인트에 자기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내려주기 위해서 전투함 같이 치닫는 요즘 낚싯배와는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그렇게 얼마를 달려서 겨우겨우 도착한 장사도. 배에 서치라이트가 없는 관계로 손전등을 일제히 밝혀서 한 명 한 명 갯바위에 내려야만 했다. 배가 힘이 없는 관계로 신속하게 내려야만 한다. 그러기 때문에 잡다한 보조가방 같은 것은 공중으로 집어던져져 이미 갯바위 에 올라간 사람들은 안정을 취할 틈도 없이 이내 럭비선수 같은 포즈로 나서야 한다.

그렇게 내려야 하니 아무리 신속하게 내려도 시간이 엄청 걸리는 건 당연한 이치. 그런데 시간이 걸리는 건 그렇다 치지만, 사실 그렇게 내려야 하니 위험한 경우도 많았다. 물기가 있는 곳에 발을 잘 못 디뎌서 낚시 해 보기도 전에 바닷물에 빠지는 일도 있었고 엉뚱한 보조가방을 받은 것도 모르고 낚시를 하다가 나중에 탱탱 굶는 경우도 이따금 있었다. 휴대폰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언젠가 난 남은 밑밥을 냉장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출조 때 가져 간다는 게 갯바위에 올라가 펼쳐보니 엉뚱하게 메주콩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뭐든지 급하게 설치면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아부나이??!! 낚시를 좀 했다는 당시 원로급 낚시꾼들은 독립된 여를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그 여자와 40대 초반인 듯 한 남자가 한사코 그곳에 내려 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단 둘이만... 이틀 낚시라 보다 더 안전한 곳에 내려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려도 그들은 도무지 말을 안 들었다. 높이는 수면에서 5m 남짓. 물론 제법 큰 돌섬이긴 했지만, 그래도 겨울철엔 변수가 많아 배를 곁에 준비 해 두면 몰라도 이틀 낚시 자리로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자리가 위험하니 본섬에 내려라 는 간곡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앉을 곳이 평평하니 되었다며 결국 그곳에 내렸다. 낚시를 제법 다녀 봤지만, 자리가 평평해서 내리겠다고 우기는 남자와 여자를 보고 있노라니 이내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은 비단 나 뿐아니었던지 그들을 내려주고 다른 포인트로 가는 도중에도 낚싯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괴이하다고 중얼거렸었다.

어부는 하루 천기를 읽을 수 있다.

대다수 낚시꾼들은 순박(?)한 즐거움을 물가에서 건지려 한다. 그건 착하게 살아간다는 말과는 느낌이 좀 다를 수 있겠으나 하여간 큰 욕심, 이를테면 목줄 1.2호로 감성돔 5짜를 잡았다면 스스로 놀라 자빠질 정도로 믿기지 않는 일처럼 여긴다.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쥐고서 가진 패악을 일삼는 일부 무지한 관료들이나 정치꾼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낚시꾼들이 느끼는 작은 만족감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배가 터져나가도 온갖 검은 돈을 폭식하려는 그들의 머리는 결코 물고기 뇌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니...

그런 순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려는 우리 7명의 낚시꾼들은 장사도 끝바리 너럭바위에 내렸다. 그곳은 너무도 넓어서 물경 50여 명이 한꺼번에 뜀박질 하며 놀아도 될 정도이니 얼핏 봐서는 낚시 포인트 같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낚시꾼들을 안전하게 갯바위에 내려주고 굳이 그곳에 내린 이유는 이틀 낚시라는 것도 있지만, 사실 그곳은
아무도 모르는 특급 왕볼락 포인트가 감춰져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바다가 늘 안고 있는 파도에서 우리 낚시꾼들은 그날의 날씨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특히 돌풍이 잦은 겨울철에는 늘 그것을 염두하고서 물가에 나서야 한다.

이튿날

날이 밝자 우리의 우려와는 전혀 다르게 날씨가 무척 따뜻했다. 그때는 내복에 쫄쫄이 바지를 꿰입고 그 위에 두꺼운 방한복을 걸치고 가는 게 다반사였는데,그날은 그런 옷 일부는 벗어 놓아야 할 정도로 날씨가 따뜻했었다. 파도 또한 이를 데 없이 잔잔했었다. 단지 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파도가 잔잔하다 못해 콩기름을 칠해 놓은 방장 같이 번들거리는 것이었다.

“음... 우선 짐들은 저기... 저 위에 다 올려놓고 낚시를 해야 할거야.”

낮 10시 무렴. 우린 둘러 앉아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런데 낚시회 박 고문님이 물끄러미 바다를 굽어보면서 걱정스럽게 말을 했었다. 그 당시 우린 바다의 변화를알지 못했다. 이유 없이 번들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그저 너무 잔잔하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어부들은 하루의 천기는 읽을 줄 안다.

그리고 보니 그 잔잔한 바다를 고깃배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빠져 가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깃배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듯 요란한 발동기소리가 온 바다를 가득 메우는 것 같았다. 박 고문님의 말에 의하면 분명 너울이라는것이다. 해면이 부풀어 올라 잔파도마저 없다는 것.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
했던가. 우린 서둘러 부랴부랴 아주 높은 곳, 그곳엔 굴 같은 지형이 있고 평평한 자리가 제법 넓게 펼쳐져 있어 그곳에 짐들을 모두 옮겨 놓았었다.

그런데 날씨는 여전히 따뜻했고 바다 또한 잠잠했다. 적어도 오후3시까지는... 노도라 했던가. 난 여태껏 그 뒤로 그런 물결은 본 일이 없다. 오후 3시가 되었을까...갑자기 흰 포말 같은 게 소지도 쪽 한바다에서부터 일제히 줄지어 일었다. 마치 운동장에서펼쳐지는 물결형 카드섹션 같다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당시엔 그게 제법 멋있어 보이기
까지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뭘 몰라도 한참 몰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흰 포말이 점점 가까워지자 거친 물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천군만마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형상이었다. 뭔가가 심상치 않음을 그때서야 직감하고 우린 서둘러높은 자리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때도 날씨는 별 변화가 없었다. 구름이 몰려온다든지 또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것도 아녔다. 그저 날씨는 따뜻했다.

이윽고 거친 포말 줄기가 갯바위에 부딪치자 산산이 부셔진 물보라가 온 사방으로 튕겨져나가고 조금 전에 우리들이 서 있었던 너럭바위엔 거친 물결이 한 순간 뒤덮어버렸다. 또한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진광풍이 몰아치더니 이내 날씨가 걷잡을 수 없이 추워졌다.

비상용 텐트 훌라를 둘러쓴 우리는 생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모질게 파고드는 칼바람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겨울철 바다가 이렇게도 급변하는 것인가 싶어 실제를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참~~! 거기...아부나이에 내린 그 사람들은??”

그때까지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안 했었다. 반송에 사는 강 씨가 말 을 안 했다면 우린 내내 까맣게 잊고 있을지 모른다. 하긴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뭘 할 수있었겠는가. 설령 뭘 알았다고 해도...

그때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섬을 비췄다. 군함이 온 것이다. 섬 뒤라 비교적 파도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딱섬 아부나이에서 긴박한 구조요청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지나가는 군함을 향해 손전등을 휘둘렀다. 우리 또한 일제히 일어나 단체로 그 아부나이를 향해 손전등을 흔들어 주었다. 비록 상대적으로 약한 파도라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 역시 흰 포말에 휩싸여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상황이니 먼 곳에서 봐도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상황
같았다.

천행이랄까. 강력한 서치라이트에 묻혀버린 손전등을 다행히 군함에서 봤든지 이내 구명보트가 물위를 튕겨져 날려갔다. 그리고 날렵한 동작으로 그 낚시꾼을 구했다. 세금 꼬박꼬박 내기로 그때 다짐했다. 또한 아울러 군함으로 낚시를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 우리들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군함은 우리들에게 서치라이트를 오래동안 비춰주었다. 아마 그 낚시꾼을 잘 구했다는 사인 같았다.

그 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단지 우리가 그때 생각한 유일한 것은 과연 그 정체 모를 남녀가 살아 있는가 하는 것과 죽었다면 해경에 가 우린 과연 뭐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뿐이었다.

새벽은 목 힘줄이 터지도록 불어 데는 호루라기 소리로 시작 되었다. 이른 새벽부터 철수를 감행하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철수는 밤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날씨가급변하는 걸 보고 연탄배가 서둘러 길을 나셨지만 도저히 갯바위에 배를 붙일 수 없어서 원목을 운반하는 배를 보냈다는 것.

하지만 원목 운반선이라 해서 요즘 같은 낚싯배 기능이 있는 게 아녔다. 그저 좀 크다는 것 이외는 연탄배와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결국 갯바위에 배를 붙이지 못하고 로프로철수를 하기로 했다. 로프로 철수를 하려면 일단 비닐봉지에 옷을 넣어서 먼저 배에 낚시장비와 함께 올려 보내야 한다. 물론 로프에 매달아서...

그리고 감자 고구마 잘 단속하고서 로프를 잡고 물속으로 뛰어들면 뱃전에 있는 사람들이끌어 올린다. 쌍팔년도 이전엔 그야말로 목숨을 내걸고 낚시를 다니는 사람들이 덜어 있었다. 라이프재킷이라고 있긴 있었으나 그거 성능은 누구 하나 실험해 본 적 없는 것이라 그저 방한복쯤으로 입고 다녔었다.

물속은 의외로 따뜻했다. 거친 파도 속이지만 우린 스스로 타고난 낚시꾼이 아닌가 하는생각을 다 해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따뜻한 물속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배에 올라간 우리가 제일 먼저 물어 본 것은 짐작한 데로 그 이해 못할 남녀의 생사.

낚시점 이 씨는 눈짓으로 배 바닥을 가리켰다. 그 처녀(?)가 그곳에 대(大)로 누워 있었다.
마치 난산 끝에 송아지만한 쌍둥이를 내질러 놓은 산모 같은 모습으로...

정체 모를 남자는 그 곁에서 도살장 뾰쪽 망치를 본 소 같은 눈으로 이승인가 저승인가감을 못 잡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들은 밤이 다 세도록 잠도 못자고 파도를 기웃거리다 물이 넘치면 서로 껴안고 돌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다. 그 추운겨울 밤 동안. 하지만 그들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녔다.

우린 그렇게 겨우 겨우 철수를 해서 점심 무렵에서야 마동 근처 이름 모를 포구에 도착했었는데, 그곳엔 난데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무사 귀환을 환영 나온 마을 사람들 인가 하는 순간, 웬 여자가 공중을 날 듯 한걸음에 달려와 다짜고짜 그 여자 머리끄덩이를쥐 뜯는 게 아닌가!

“차라리 다 죽그삐지 뭐하려 살아 왔느냐. 이 년늠들아...!!”

몰아치는 돌풍마저 흠칫 놀라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그 여자는 그 핏기 없는 어린처녀(?) 머리채를 흔들어 뎄다. 파도에 휩쓸린 낚시가방이며 보조 백들이 물결에 떠밀려건너편 대포마을로 흘려 갔는데, 그곳 마을 사람들이 낚시 가방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전화번호(그땐 그런 사람들이 많았음. 왜 그랬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름)를 보고 간밤에 바다가 뒤집혔는데 분명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부산에 급보를 쳐 덴 것.

이게 무슨 난리속이가 싶어 친척들을 불러 모아 곧장 낚시점으로 쳐들어 가 장부를 확인 해 보니 그곳엔 분명 자신의 남편 이름이 있었고 그 밑에 괄호를 쳐 여자1명이라고 써있는 걸 본 것이다. 눈이 뒤집힌 그 정체 모를 남자의 집사람은 부랴부랴 버스를 대절해서 모든 친척들과 함께 그곳에 급히 온 것이었다.

죽은 줄 알았든 그녀의 남편이 버젓이 다른 여자를 부추기며 배에서 내리자 그 여자는 더 이상 눈에 뵈는 게 없어졌던 것. 그 사람의 다른 친척들은 그저 딴전을 부리며 짐짓 외면 하고 있지만, 그 문제의 남자는 말리지도 그냥 서 있지도 못한 체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바라 봤었는데, 그 표정이 꼭 ‘느그들 갯바위 인어 맛을 알어?’ 라한는 것 같았다.

요즘 출조지 포구에서 티켓 끊고 여자를 갯바위에 데려가는 낚시꾼 차림의 얼치기 꾼들이 있다고 들었다. 갯바위에서 괜한 짓으로 바다의 노여움을 사 순박한 즐거움을 즐기려는 착한 낚시꾼들 엉뚱하게 물속에 뛰어 들게 말았으면 한다.

쓰다 보니 좀 길어졌네요. 문장을 함축하는 능력이 부족한 소치일 것입니다. 이점 이해해주십시오.

그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