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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26. 화요일 둘째날의 기록]
다음날 화요일 새벽 5시경.
다시 삼덕 여객터미널 앞.
매표소는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주의보는 일단 해제된 걸로 보입니다.
시간이 되면 곧 첫배가 출항할 듯.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욕지 영동고속골드 페리호가 만화영화의 대형 로봇처럼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자동차와 그 주인들을 삼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승선권 구매 완료.
현금이 모자랄 듯하여.. 부득이 신용카드로 결재.
승용차 1대와 사람 1명, 합이 29,600원입니다.
06:35분 출발입니다.
차를 배 안에 넣고..
그런데 페리호에 차를 실을 때는 가장 늦게 싣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내릴 때 가장 먼저 내리니까. 내가 못내리면 남도 못내리니까. ㅎㅎ
또 승선 차량수나 인원이 초과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숫자를 다 계산하여 표를 발급하니까요, 표만 끊을 수 있다면 승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차례차례 차들이 후진해 들어옵니다.
이 배에 실을 수 있는 차량 대수는 대충 50여대.
오늘은 특히 대형차량이 많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어제 주의보로 섬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도 꽤 되구요.
페리호에서 바라본 삼덕항 야경.
이제 곧 힘찬 기지개를 켜겠지요.
선내 한바퀴 돌아 봅시다.
원래는 객실로 사용하던 온돌방을 노래방으로 개조했군요.
한시간 여정에 노래하실 분들이 계시는 모양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 어디가나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기니..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추운 날씨에 야외 탁자와 의자는 텅 비었고
좌석 객실에 앉아 TV를 보면서 한시간을 죽이기로 합니다.
이곳에서 욕지섬낚시 사장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사장님, 새벽부터 죄송합니다. 여기 통영 삼덕항인데요, 제가 지금 첫배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가자마자 갯바위에 나갈 수 있겠는지요? 인원은 (쥐죽은 목소리로) 저 혼자 입니다."
"네, 나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부네요. 아침 낚시는 참 힘들겠습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내려는 드리겠습니다."
오~ 땡큐 올습니다.
욕지도 내의 낚시방 낚시배는 일정 인원이 채워져야만 출조를 합니다.
제가 즐겨가는 욕지섬낚시 낚시배는 최소 인원이 4명(2 x 4 = 8만원)인데요, 만약 이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남은 승선자들이 최소 선비를 모두 부담하여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욕지도에 내리자마자 배를 탈 수 있다는 말은 이미 3명 이상의 출조객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분들, 이 날씨에 욕지도에서 언제부터, 어떻게 낚시를...?
06:30 정각에 삼덕항을 힘차게 떠납니다.
삼덕항의 양 방파제 사이를 빠져나와 먼바다를 향해 진격.
이 아름다움에 낚시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멀리서 어슴프레 밝아 오는 여명을 뒤로 하고 통영의 섬 속의 섬들이 부끄러운 얼굴을 하나 둘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 좋은데... 파도야, 바람아 어쩌란 말이냐?
이 큰 배의 주차장까지 파도가 넘어와 차창과 바닥을 적십니다.
가끔씩 페리호에 차를 넣을 때 양쪽 갓쪽에 주차시키지 않고 가운데로 넣으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아마도 저런 경우를 예상하여 바닷물이 차에 닿는 것을 피하려고 그랬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어~어~어~ 무섭네요.
그나마 떠오르는 태양을 아군 삼아 마음의 근심을 접고 목적지로 뻗어 갑니다.
한시간 쯤 달리자 저 멀리 반가운 섬, 욕지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낯 익은 수협냉동창고.
욕지도의 디규브백화점이죠. ㅎ
케익을 자르듯이 산의 한쪽을 깎아낸 곳에(해안일주 도로를 놓기 위해서 입니다) 욕지도라는 대형 간판이 보이네요.
저 앞쪽으로 나있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목과, 청사, 대송 마을로 이어지게 되어있으며 결국은 욕지도를 한바퀴 돌게 됩니다.
욕지도 항이 있는 서촌마을 전경.
대한민국의 어느 마을이든 이름 있는 곳은 이렇게 따사로운 햇빛을 바로 받는 장소에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순서대로 하차합니다.
저는 가장 먼저 차를 실었으나 가장 늦게 하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이쿠~! 왠 환영 군중이 이렇게나?
마중 안나오셔도 되는데..
단 하루의 주의보로 끊긴 육로였지만 그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것이었는지..
낚시배를 타고 나가실 다른 손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실터이니
바로 좌회전하여 욕지섬낚시로 갑니다.
도착하자마자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바로 준비를 합니다.
다른 손님들은 수도권에서 오신 모양이에요.
남자 2분, 여자분 1분, 저를 포함하면 모두 4명입니다. 겨우 머릿수를 맞추었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분들은 5일을 욕지도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별로 낚시를 즐기지 못하셨다는데..
삼덕행 마지막 배(16:30)로 나가신다기에 오후 3시까지만 낚시를 하고 함께 철수하기로 합의를 봅니다.
저희들이 타고나갈 배는 신화호.
가운데 꼭 끼어 있네요.
서서히 후진하여 빠져 나옵니다.
욕지섬낚시 왼쪽이 욕지서부교회.
갯바위로 나가는 길에 제가 타고왔던 영동고속페리호를 다시 만납니다.
욕지도 부속섬 내초도를 행해 달리는데..
페리호가 생각보다는 상당히 빠르네요. 낚시배를 추월해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곳으로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는 길에 갈매기를 카메라에 담으려 했더니 녀석들이 거부하네요.
"새우깡 없다. 이놈들아~"
내초도로 향하면서 바라본 욕지도 본섬 끝자락입니다.
내초도에는 초도마을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마을 앞에 저렇게 작은 배 한척 겨우 댈 수 있는 소형 방파제가 하나 있어요.
저곳에서 낚시하면 참 편하겠는데.. 수심이 얼마나 나올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금 뒤에 저 방파제에서 잔잔한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다른 조사님들 3분은 함께 먼저 내리십니다.
발판이 좋아 보이네요.
저는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내초도의 남쪽 곶부리에 다달랐을 무렵.
(설마 저곳에 내리는 건 아니겠지?)
저 곶부리를 돌아서면 강력한 북서풍과 서풍의 직격탄을 맞게 되겠습니다.
배위에 배가 올려져 있는 이상한 배가 눈에 띄어 한컷 옮겼습니다.
곶부리 거의 끝에 내려주십니다.
그런데.. 사람 한사람이라도 설 자리 보이십니까? ㅋㅋ
역시나 가방 2개, 밑밥통 놓으면 앉기도 힘이 듭니다.
햐.. 왠만하면 저런 자리 내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저 좋은 자리라면 욕심이 생겨..
선장님 말씀.
"여기 좋은 자리에요. 김사장(욕지섬낚시 사장님)이 즐겨찾는 자리거든. 함 잘해 보세요.
그리고 이따 11:00에 내가 초도에 볼일이 있어 또 나와야 하니까 그때 안되가지고 자리 옮기시려면 얘기 하세요."
그리곤 쌩~~
호~ 한번 옮겨 주신다니 일단 해볼까?
배를 대고 하선하였던 저곳 (사진 상 노란색 윗 부분)이 약간 평평하여 서있을 만 한데 보시다시피 물이 올라오는 자리입니다.
지금 시간은 간조에서 들물로 접어들고 있지만 너울파도가 있기에 안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일단 밑밥통만 세워 두기로 했습니다.
어제 척포방파제에서 밑밥을 조금 사용했더니 양이 약간 모자랄 듯 싶습니다.
낚시보조가방과 낚시가방은 저렇게 암벽 틈에 끼워 뒀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몹시 신경쓰였지요.
뭐라도 날라갈까봐.
사진으로 보면 안전한 것 같지만 사실 겨우 달라붙어 있는 형국입니다.
뒷면 갯바위는 떡 버티고 서서
"자네는 거기 그대로 딱 붙어있어. 여기 쳐다볼 생각도 하지 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넵, 저 올라갈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제가 서있는 오른쪽 입니다.
갯바위 바깥에서 돌아 들어오는 파도가 너무 강합니다.
왼편입니다.
조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약하게 흐르는데(오늘 1물입니다)
오른쪽에서 밀려 들어오는 파도와 부딪쳐 앞쪽으로 밀려오다가 갯바위에 붙어 다시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상황입니다.
저 홈통이 수심 8~9m.
언뜻보면 상당히 좋아보이기도 합니다만.
이 녀석이 조금만 죽어줘도 작품이 될 듯 싶거늘..
햇빛으로 어신찌를 전혀 볼 수 없는 저 자리가 수심 12~15m.
여가 하나 있다는데 공략할 엄두가 안납니다.
바다가 비웃습니다.
"웃기고 있네. 혼자 소설을 써라."
뭐가 미끼를 잘근잘근 씹는다.
또 복어?
오늘의 채비.
조금 약한가요?
갑자기 입질~!!
찌가 쓩~하고 사라지길래 챔질하였더니.
얼래?
목줄을 싹뚝 잘라 먹었습니다그려.
복어 아니면 삼치겠죠?
그리고는 초릿대 끝을 물속까지 끌고 들어가는 강력한 입질.
씨알 좋은 망상어.
"너 오랫만이다."
바늘을 톡톡 건들길래 냅다 챔질.
씨알 괜찮은 복어.
이 녀석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장님 배가 다가 옵니다.
아침 08:30 경에 갯바위에 올라 벌써 11:00가 되었네요.
자리를 고수할까.. 옮길까 살짝 고민하다가 옮기기로 결정합니다.
급히 서두르느라 짐은 대충 꾸립니다.
예전에 낚시대 접지 않고 옮기는 배 탔다가 크게 당황한 경험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죠, 뭐.
먼저 내리셨던 3분도 별다른 조과가 없었나 봅니다.
함께 옮기기로 하시고 배를 탑니다.
앞에 계신 분이 여성분이신데 대단한 파이터이시더군요.
선장님이 11:00에 내초도에서 약속이 있으셨다고 했죠?
바로 위 할아버지 한분을 모시기 위해서 입니다.
저 방파제가 앞서 말씀드린 내초도 초도마을 앞 작은 방파제 입니다.
빈 물통 몇개를 배로 옮겨 실은 뒤
다시 올라가셔서 뭔가를 더 끄집어 내려 오시는데..
앗~!! 흑염소입니다.
한마리를 겨우 옮겨 실었어요.
사람도 배 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흑염소는?
엥? 할머니의 지원사격을 받아 또 한마리를 더 싣습니다.
자, 이렇게 두마리를 다 실었습니다.
본섬으로 팔러 나가시는 모양입니다.
불쌍한 흑염소 2마리..
낑낑거리며 서로를 의지하고 있네요.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이번에 옮길 장소는 욕지도 본섬 내 갯바위입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바람 때문에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요.
대략 사진의 위치(노란색 원 근처) 쯤 되지 싶은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GPS를 찍어 본다는게 깜빡했지 뭡니까.
3분 일행 중 1분이 먼저 하선하셨습니다.
2번째로 저를 발판 좋은 갯바위에 내려 놓고 쌩~ 가십니다.
수심 7~8m.
밑걸림 조심.
다른 2분은 어디 멀리 가셨나 했더니
앞에 내리신 분 바로 왼쪽 갯바위에 내리셨더군요. ㅋ
처음 자리에 비하면 여기는 호텔입니다그려.
가방부터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오른쪽으로는 수심 얕아 보이는 홈통.
발판이 이렇게 평평하고 좋습니다.
무릎, 발바닥이 다 시원하네요.
그런데 밑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보통 새벽 4시에 낚시를 시작한다고 가정하고 오후 2시경까지 사용할 밑밥양을 개어 오는데 어제 척포방파제에서 사용한 양만큼 정확하게 모자랍니다.
욕지섬낚시에 도착했을 때 약간 보충하려다 바빠서 그냥 나왔더니..
1물 답게 조류는 서서히 왼쪽으로 흐르고..
경치는 좋습니다.
그러나 세찬 바람이 왼쪽 뺨을 사정없이 때립니다.
아고.. 힘들어라..
그때 입질!!
이 녀석은..
아홉동가리입니까? 일곱동가리입니까?
거 참..
오후 1시.
밑밥을 다 썼습니다.
아직 철수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는데..
그때, 옆자리에서 파이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진에는 담지 못하였지만 여조사님께서 활처럼 크게 휜 낚싯대를 들고 버티며 파이팅을 하고 계셨습니다.
아.. 드디어 왔구나.
큼지막한 놈을 뜰채에 담는 것 까지 보고 뒤늦게 셔터를 눌렀더니 바위 뒤로 2분이 숨으셨네요.
부럽다.
이런 날씨에 개고생하면서 저런 손맛이라도 봐야 하는데..
앗~! 나도 입질!!
젠장, 왜 안나오나 했습니다.
미역치 등장.
끝물을 장엄하게 장식하는군요.
이제 시간은 오후 2시. 한시간 뒤에는 철수배가 올 것입니다.
슬슬 접자.
청소하면서 장비 챙기고 있는데 갯바위 뒤쪽 절벽 위에서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뒤 절벽에서 도보로 내려오신 마을 조사님. ^^
대단하십니다.
(그렇다면 내가 도보 포인트에 내렸던 것인가..)
이분 말씀을 대략 간추려 보면
"이 자리는 도보로 아무도 못내려와요. 왜냐하면 내려오는 길목에 우리집이 있거든. 내가 항상 대문을 걸어두기 때문에 절대로 다른 사람들은 못내려오지. 그래, 배 타고 왔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아하니 볼락낚시를 하시길래 제가 남은 참갯지렁이를 드리자 매우 고마워 하시면서
"내일 또 낚시할꺼요? 이 자리에 내려와서 하시든지."
"아닙니다. 하루 자고 내일도 배타고 갯바위 나가볼려구요."
자리는 대충 치웠는데 지저분하네요.
편한 자리를 얼른 저분께 양보하고 배를 기다립니다.
우측 홈통 앞을 계속 노리시네요.
낚시하신지는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배가 일찍 도착하여 인사드리고 먼저 자리를 뜹니다.
이런 인연으로 갯바위에서 뵈었으니 또 생전에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 뵐지..
인연의 고리에 연연하면 슬픈게 인생인가 봅니다.
가장 먼저 내리신 한분도 철수하십니다.
나중 내리신 두분도 바로 옆자리에서 철수 준비 중.
어허~ 바람아 그만 불어라.
지겹지도 않냐?
욕지섬낚시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얼른 들어가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오늘은 점심을 걸렀군요.
다 왔습니다.
아까 갯바위에서 여조사님이 파이팅하면서 걸어내신 물고기가 안타깝게도 감성돔이 아닌 혹돔이었습니다.
제가 다 아쉽네요.
그런데 혹돔 씨알이 대단합니다.
손맛 좋으셨겠어요.
갖고 가지는 않으시고 낚시방을 찾아온 어떤 분께 드리더군요.
먼길 오셔서 날씨 때문에 고생하시고 손맛도 많이 못보셔서 안타까웠습니다.
다음에 대물하시길..
밑밥을 새로 장만합니다.
크릴 5 + 파우더 2 + 압맥 3
야간에 방파제에 잠깐 나갔다가 내일 낚시에 계속 사용하려 합니다.
점심은 뭘 먹을까..
슬슬 마을 탐방에 나섭니다.
농협과 수협 건물이 보이네요.
수협 옆으로 돌아가면 그 유명한 '한양식당'이 있습니다.
오늘도 짬뽕으로 결정.
30년 전통의 짬뽕집 한양식당이 보입니다.
그런데..
엉?
'금일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업합니다. 죄송합니다.'
뭐, 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서촌 동쪽 자부마을로 향합니다.
아무생각 없이 달리는 중에 고양이 한마리가 차 앞으로 뛰어들어 급브레이크~!!
뒷머리에서 식은 땀이 주욱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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