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로 돌아왔지만..
고요한 대기실에
근무자가 없네요.
발매 시간 3~40분 전이 아니면 표를 팔지 않습니다.
표를 팔지 않는 것은 좋은데.. 사람이 없어요. ㅎㅎ
08:00 첫배는 이미 출항하였고
다음 배는 11:30에 있습니다.
10:40 이후에야 표를 팔 것이므로 그전에 동네 구경도 하고 아침 겸 점심식사도 해결해야겠습니다.
자, 어디로 가볼꺼나..
어느 횟집의 수족관에 있는 고기.
방어야, 부시리야?
부곡직방이라더만 글쎄요.
오, 오랫만에 봅니다.
원형 수족관. 안에 고등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고등어와 같은 물고기는 계속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저렇게 수족관을 원형으로 만들어 삥삥 돌립니다.
안에 문어와 값 비싼 능성어가 같이 있군요.
서촌마을 골목길로 들어와 봤습니다.
어슬렁 어슬렁~
골목길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합니다.
가가호호 대문마다, 창문마다 위와 같이 오래된 사진을 붙여 두었어요.
이 집도, 저 집도..
심지어 오래되어 못쓰게된 폐냉장고 앞에도..
욕지도 주민들의 고단했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난 축제 때 행사 일환으로 오래된 사진 붙이기를 하였다는데 아직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고 있다고 합니다.
음.. 저런 행사를 통해 어르신들의 인생을 돌이켜 공경하고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름답네요.
100년 전통을 지녔다는 욕지교회
서촌에 있는 원량초등학교.
섬의 초등학교 치고는 꽤 규모가 있는 편
그 초등학교 앞에 쓰러져 있는 어린이용 자전거.
'너도 간밤의 바람에 가녀린 몸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구나"
세워 놓으려다 도둑으로 오인 받을까봐 그냥 놔둡니다.
대한민국 어디가나 있는 다방, 약속다방.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있는 다방, 약속다방.
모든 약속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꿈과 희망의 산실, 약속다방
다방에 가본지 정말 오래 됐습니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들러 커피라도 한잔 할텐데..
어?
돌아돌아 한양식당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옳지, 어제 못먹은 욕지도의 명물, 짬뽕을 먹자.
넓지 않은 내부.
노부부께서 짬뽕을 내오셨습니다.
이 집에서 30년 장사하시고 이제는 아드님에게 물려주었답니다.
낮에는 아드님이 장사를 하신다네요.
아들이 당신들보다 요즘 취향에 맞게 훨씬 맛을 잘낸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흠~ 언제 보아도 풍부한 해산물과 속시원한 국물이 있는 한양식당 짬뽕.
밖에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청의 구양이 좀 틀려도 되는데.. 요즘 꽤 잘 맞춥니다그려.
낚시 빨리 접기를 잘했습니다.
바람에 두들겨 맞고 비에 얻어 터지면 그 설움을 어디에 하소연하겠어요?
매표소로 오니 다행스럽게 발권을 하고 있습니다.
11:30 출발.
저는 일단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배를 타고 나갈 수 있게 된거죠.
떠나기 전에 욕지섬낚시 사장님과 선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들렀습니다.
대화 중에 출렁다리 부근이 도보 포인트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와 한번 잠깐 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배 출항까지는 한시간 정도 남았으니까요.
사장님과 선장님께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석별을 나눈 뒤 차를 움직입니다.
아까의 지도를 다시 보시면 출렁다리가 어디쯤 있는지 아실 겁니다.
욕지도 해안일주도로를 시계방향으로 따라 갑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시면 야포, 노적마을이 나오니 오른쪽으로 가야 합니다.
다시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오늘 새벽에는 우회전 했었어요.
가는 길에 오른편 멀리 삼여가 보입니다.
저 윗쪽에 삼여 전망대가 있겠죠?
흐어~
바다가 미쳤습니다. 저 파도 보십시요.
오늘 무사히 삼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저 사진을 찍는데 몸이 앞, 뒤로 흔들려 혼이 났습니다.
도로를 따라 조금 가니 전망대가 보입니다.
전망대의 바로 뒷편 갯바위가 펠리칸 바위입니다.
결국 출렁다리는 본섬과 펠리칸 바위를 연결하는 다리인거죠.
아, 저것이 출렁다리로군요.
입구에 안내판이 서있습니다.
도보 포인트도 좋지만 너무 멀리 걸어 내려가야 되는 것 아녀?
출렁다리 반대편 쪽을 내려다 보면 입석마을 주변 전경이 펼쳐집니다.
돌아오는 길에 포터 차량이 길가에 정차하는데 운전자가 내리시더니 바로 구명복을 입으면서 낚시 장비를 챙겨 옆길로 내려 갑니다.
잠깐, 어디로 가는 지 살펴...
아이고.. 한참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 포인트에 닿을 것 같은데..
이 날씨에 저 멀리..
정말 대단하신 분들 많으십니다.
저는 귀족낚시에 너무 물들었나봐요.
반성해야겠습니다.
바람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입석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해군기지.
대형 바지선이 눈길을 잡습니다.
선착장 앞에서 군고구마를 파시는 아저씨.
드럼통에 쓰인 글자가 재미있습니다.
'군 고메'
고메가 고구마의 서부경남 사투리라는데..
오래 전 차인태 아나운서님이 진행하시던 장학퀴즈라는 유명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중 우수생을 뽑아 퀴즈를 내어 고득점하는 학생에게 각종 장학혜택을 주는 인기 방송물이었죠.
그때 한 방송에서 문제의 답이 고구마였는데 답변하는 학생이 부저를 먼저 누르고 답하길,
'고메'하더군요.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고, 결국 오답처리 되었었습니다. 참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고메란 글자만 보면 장학퀴즈가 생각납니다.
선착장 앞에서 낚시하는 사람들과 겔러리
예전 배를 타고 내리던 계단에서 읽을 수 있는 세월의 흔적.
삼덕행 영동고속페리호가 들어왔습니다.
다 내리고 나면 탈 겁니다.
또 가장 먼저 차를 싣게 됩니다.
가장 늦게 내려야겠어요.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욕지도는 언제나 제게 빗물로 인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선실에 누워
"어이, 명탐정, 무모한 여행에, 대상어의 얼굴은 못봤지만 정말 고생이 많았다. 이제 좀 쉬어."
3분 후면 출발.
후진..
욕지도여 잘 있거라.
또 보게 되겠지.
( ....... )
그래도 섬 가까이 바다는 봐줄만 합니다만
난바다로 들어서는 순간~
어허~ 파도 보십시요. 바람까지..
영동고속페리호와 같은 큰 선박도 온 선체에서 삐걱거리는 울부짖음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파도에 몸이 뒤틀리는 것을 겨우 참기라도 하듯.
삼덕으로 향하는 내내
악천후는 끊임없이 배를 두들기고 제 마음까지 부숴 놓습니다.
저 혼자만 느끼는 우여곡절 끝에
배는 무사히 삼덕항에 입항합니다.
아... 반갑다. 삼덕이여..
내리자, 내려.
'조립은 분해의 역순(逆順)'
'돌아가는 길은 찾아왔던 길의 역순(逆順)'
통영대교를 넘어
통영항에 있는 동피랑 마을의 '언니는 동피랑 스타일' 커피점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말아 마시면서
신거제대교를 다시 건너고
거가대교 입구의 거제휴게소는 그냥 지나쳐도 이미 커피가 손아귀에 있으니 관계 없습니다.
거가대교를 건너
'하이패스는 빠르고 편리합니다.'의 유일한 예외 구간이었던 서부산 IC
하이패스 이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지 블록을 쌓아 하이패스 구간과 일반 구간을 나누어 놨네요.
그래도 일반구간이 더 빠릅니다.
출발할 때 들렀던 경마장 옆 낚시방에서 밑밥통과 두레박을 새로 장만합니다.
퇴역하는 그대에게 영광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분리수거로 사라질 뿐이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마천루가 여전히 나를 반겨주는 가운데..
광안대교 풍속계는 가볍게 순간풍속 11m/sec를 넘기고 있습니다.
집 앞 사거리.
좌회전하면 따뜻한 집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여행의 총 주행거리는 308km.
나의 애마 SM5, 자네도 고생 많았네.
이렇게.. 저의 2박3일간의 여행은 종말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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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28. 목요일 넷째날의 기록]
뭐? 넷째날도 있어?
뭐하긴요... 조행기 쓰고 있죠.
지금까지 제 조행기를 끝까지 읽어내려 오셨다면
아마도 직업을 잘못 선택하셨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고시공부를 하셨어야 했는데..^^
고기도 못잡으면서 허구한 날 뻘글로 머리를 편찮게 해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즐거운 낮, 거룩한 밤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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